건설공사 하도급 명목의 보증금 편취 - 사기죄의 성립여부와 대응전략
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이요한 변호사입니다.
국내 건설산업 현장에서 하도급 계약 체결은 시공 분업화와 공사 전문성을 위한 필수적 거래 방식입니다. 수주 경쟁이 심화되고 영세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가중됨에 따라, 원도급사와의 시공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확정적으로 공사를 수주한 것처럼 기망하여 영세 건설업체로부터 '계약이행보증금', '현장진행비', '입찰보증금' 명목으로 거액을 편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와 같은 분쟁은 표면적으로 도급 및 하도급 계약이라는 민사적 외형을 띠고 있어, 가해자는 계약 불이행을 '단순한 사업 지연이나 경영 악화에 따른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포장하여 형사 처벌을 면탈하려 합니다. 오늘은 건설공사 하도급 보증금 편취사건의 요건과 관련 판례, 필요자료 및 대응방법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공사 수주를 위해 거액을 건넸으나 떼먹혀 고민중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사기죄의 성립요건
1. 사기죄의 성립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서 돈을 받으면 성립합니다. 적극적인 거짓말 뿐 아니라 고지의무가 있는 중요사항을 알려주지 않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도 포함됩니다.
건설공사 하도급 분쟁에서 기망행위는 주로 발주처나 원도급사인 종합건설사로부터 실제 공사를 도급받지 않았거나 도급받을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수주가 확정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고지하는 행위, 하도급 계약을 체결해 줄 실질적인 권한이 없음에도 권한이 있는 것처럼 부풀리는 행위, 실제 개인 채무 변제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할 목적이었으나 이를 숨기고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등이 있습니다.
사기죄는 남을 속여서 돈을 가져올 의사, 고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고의는 사람의 내면의 의사이므로 가해자가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770 판결 등) 따라서 사기죄의 고의는 실무상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부분입니다.
또한 고의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계약 체결 당시’ 또는 ‘돈을 받을 때’입니다. 따라서 보증금을 교부받을 당시에 가해자가 공사를 수주하여 하도급을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거나, 약정한 변제기일 내에 보증금을 온전히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장하여 금원을 수령하였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가해자가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빠져 신용불량 상태에 도달해 있었거나, 별다른 사업 수입이나 고정 자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반환을 담보할 방안 없이 거액의 보증금을 수령한 정황은 편취의 범의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간접사실이 됩니다.

2. 행정법규 위반과 사기죄 성립
하도급 보증금 관련한 분쟁과 관련하여 주의해야 할 점은,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행정법규 위반 사실이 존재한다 하여 곧바로 형법상 사기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16도16343 판결)
건설산업기본법상 일괄 하도급 금지 규정이나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규정은 국가적 또는 공익을 위한 규제이므로, 행정법규 위반 사실만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인 사기죄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급심 판례 및 범행의 유형
법원은 피고인이 대기업 또는 원도급사로부터 실제 공사를 수주하였는지 여부, 하도급 체결 권한을 보유하였는지 여부, 교부받은 금원의 사용처, 피고인의 재정적 자력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사기죄의 성립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1. 하급심 판례
가. 대구지방법원 2022. 6. 22. 선고 2021고단4976 판결
사실관계: 피고인(건설업자)이 피해자에게 "C사가 권한을 갖는 토목공사의 80%를 피해자가 하도급 받아 시공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대신에 하도급 공사 지체·인건비 미지급 등에 대비한 보증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주면 공사 준공 시에 환불해 주겠다"라고 말하여 피해자로부터 1억 원을 받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당시 재정난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점, 공사 현장에서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여 C사가 토목공사를 피해자에게 하도급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나. 인천지방법원 2022. 10. 26. 선고 2022고단4727 판결
사실관계: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게 "토석채취공사를 하도급 줄 것이니 계약이행보증금 5,000만 원을 지급해라. 크라샤를 설치하면 보증금은 반환해주겠다"라고 말하여 5,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위 토석채취공사를 도급받은 사실이 없어 피해자 회사에게 공사를 하도급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점, 피고인이 신용불량자로서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도 없어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던 점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22. 선고 2016고단3487 판결 (사기)
사실관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실제로 공사를 수주하지 않았음에도 허위 건설공사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위 계약서를 피해자에게 제시하며 "경기도 파주시 소재 숙박시설 신축공사를 수주해 파주시청에 착공계까지 냈다. 재하청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라"고 거짓말하여 소개비 명목으로 1,500만 원을 편취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 공사가 실제 수주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던 점, 피고인은 공사를 수주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수주한 것처럼 허위의 건설공사 도급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1,500만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하게 한 점 등을 근거로 사기죄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 범행수법
건설 하도급 보증금 사기 사건에서 사기죄가 성립하는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됩니다.
(1) 원도급 수주 사실의 허위 고지
가해자가 발주처나 종합건설사로부터 시공권을 획득하지 못했음에도 마치 입찰이 확정되었거나 사업승인이 완료된 것처럼 말하는 유형입니다. 법원은 공사 수주 사실 또는 공사 수주를 위한 교섭의 실체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합니다.
(2) 신분 및 도급 권한 사칭
가해자가 원도급사 또는 시공사의 실질적 운영자나 적법한 대리인이 아닌 일용직 현장 관리자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공사계약서 / 위임장 등의 서류를 무단으로 위조하여 피해자가 신뢰를 가지게 하는 유형입니다.
(3) 보증금의 사적 사용
보증금 수령 당시 이미 심각한 채무초과 상태에 빠져 신용불량 상태였거나, 피해자로부터 수령한 보증금을 공사 진행비로 사용하지 않고 개인 채무 변제, 기존 현장의 임금 체불 해결, 유흥비 등으로 유용하는 유형입니다. 보증금은 본래 계약 이행을 담보하고 사후에 반환되어야 하는 자금이므로, 수령 즉시 이를 타 용도로 유용한 행위는 그 자체로 사기죄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로 평가됩니다.
입증자료 및 대응방법
1. 증거자료 리스트
건설공사 하도급 보증금 편취 사건에서 수집해야 할 증거자료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주권 및 계약의 진실성과 관련된 자료
- 피의자가 제시한 서류 일체(수주확인서, 도급계약서, 착공계 사본 등)
- 원도급사·발주처의 확인서
- 국토교통부 건설업 등록 현황(KISCON 시스템 조회를 통한 면허 존재유무 확인)
- 공사현장 현황증거(현장 사진 및 감리일지)
(2) 보증금의 사용내역
- 금융기관 계좌 이체 내역서
- 하도급 계약서 및 확약서(보증금의 반환조건 및 용도가 명시된 계약조항)
- 공사비 지출
(3) 편취의 범의 및 자력 결여
- 모바일 메신저 및 문자 내역
- 통화 녹음 파일 및 녹취록
- 다수의 피해자 관련 정보(동일 현장에서 발생한 다수의 피해자 확인)
- 반환 요구 및 거절내역(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등)
- 피의자의 재산관련 자료(등기부등본, 차량 등록증 등)
2. 수사기관에 대한 요청
위 자료 중 고소인이 확보하기 어려운 증거들에 대해서는, 고소장 제출과 함께 수사관에게 의견서를 제출하여 수사기관이 해당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첫째, 발주사 및 원도급사에 대한 사실조회입니다. 피의자가 해당 공사의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받았거나 정식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피의자가 관련하여 도급계약서 등의 서류를 건넸다면, 해당 서류의 존재 및 위조여부 역시 화인이 필요합니다.
둘째, 피의자가 돈을 받은 계좌 및 그의 사업용 계좌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송금한 보증금의 사용내역과 사용일시를 확인해야 합니다. 수령 금원이 공사관련 자금으로 사용되지 않고 피의자 개인의 채무 변제나 생활비, 제3자의 대출금 상환 등으로 사용되었다면 사기죄의 편취 범의를 확정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피의자의 재산 상태 및 신용정보 조회 요청입니다. 범행 당시 피의자가 세금 체납으로 국세청에 압류당해 있었거나 다수의 금융채무로 인해 연체·신용불량 상태에 처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계약 당시 이미 변제 자력이 존재하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건설공사 하도급 보증금 편취 사건은 건설업계의 만성적인 수주 불확실성과 자금 경색이 맞물려 발생하는데, 민·형사 절차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못받은 모든 사안에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 당시 원도급 수주 권한의 부재, 보증금의 약정 목적 외 개인 채무 유용, 돈을 교부할 당시 피의자의 채무초과 및 무자력 상태에 중점을 두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부족하다면 수사기관에 증거 수집을 요청해야 합니다.
건설공사 수주를 위해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였으나 수주를 받지 못하였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700건이 넘는 형사사건을 해결한 경험과 노하우로 최선의 법률적 대응방안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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